게임 현지화 분야에도 다른 전문 분야처럼 작업을 진행하면서 사용하게 되는 몇 가지 전문 용어가 있습니다. 내용을 알고 나면 크게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습니다. 영어를 많이 사용하는 편이기에 우리말로 순화해서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도 잠시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이 글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접하는 분들에게도 좋으리라 생각하여 실무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그대로 설명하겠습니다.
소스 언어(Source Language), 타깃 언어(Target Language)
소스 언어는 현지화 진행 시 원본이 되는 언어이며, 타깃 언어는 원본을 기준으로 번역을 진행해야 하는 언어입니다. 예를 들어, 영어를 한국어로 현지화하는 경우라면 [영어]가 소스 언어, [한국어]가 타깃 언어입니다. 사람에 따라 소스 랭귀지, 타깃 랭귀지라고 부르는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소스, 타깃, 이렇게 짧게 지칭합니다.
TEP
Translation, Editing, Proofreading의 약자입니다. 고객으로부터 전달받은 문서는 번역(Translation), 검수(Editing), 원어민 감수(Proofreading) 과정을 거쳐 최종본을 완성하고, 다시 고객에게 전달됩니다. 번역은 소스 언어의 내용을 타깃 언어로 옮기는 과정입니다. 검수는 번역이 완료된 타깃 언어를 중심으로 소스 언어와 비교하며 오탈자, 오역, 어색한 표현 등을 찾아서 수정하는 과정입니다. 원어민 감수는 타깃 언어의 원어민이 검수까지 완료된 타깃 언어만 검토하면서 문법/어법 오류, 어색한 표현 등을 찾아내 수정하는 과정입니다. 실무에서는 일반적으로 번역, 리뷰, 프루프리딩 등의 음역과 번역을 혼용하여 표현합니다. 특히 검수의 경우 에디팅(Editing) 대신 리뷰(Review)라는 표현을 훨씬 더 많이 사용합니다. 가끔 프루프(Proofreading)를 하면서 그걸 리뷰(Review)로 착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번역문만 쭉 훑어보다가 이상한 부분은 원문을 참고해서 수정한다면 이건 프루프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CAT Tool
CAT는 Computer Assisted Translation의 약자입니다. 저는 처음 CAT를 배울 때 Computer Aided Translation이라고 배웠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인지 다들 Assisted라고만 부르고 있습니다. 대세를 따라야 할 것 같습니다. CAT는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번역을 진행한다는 의미입니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번역 중 인간이 범할 수 있는 실수를 최대한 줄이는 데 도움을 줍니다. 번역가 또는 번역 회사(Agency)에서 사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CAT Tool(이하 캣툴)로는 Trados Studio, memoQ, Wordfast, Memsource, Translation Workspace, SmartCAT 등이 있습니다. 이것 말고도 참 많은 캣툴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이 중에는 무료로 제공되는 캣툴도 있습니다. 캣툴마다 조금씩 성격이 다르고 가격도 많은 차이가 있는 만큼, 자신에게 맞는 캣툴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대부분의 캣툴의 사용법이 거의 비슷하다는 점입니다. 캣툴을 사용하면 용어 일관성(Term Consistency), 문장 일관성(Sentence Consistency), 스타일 일관성(Style Consistency) 등을 유지하기 쉬우므로 무조건 사용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단, 여러분이 번역가일 때와 번역 회사의 직원일 때의 입장이 달라집니다. 우선 번역 회사 직원으로서의 입장을 보겠습니다.
>>직원 입장<<
번역 회사의 직원도 1차 벤더냐 2차 벤더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1차 벤더는 뭐고 2차 벤더는 뭐냐고요? 간단히 말해 실제 의뢰사(우리는 여길 [원청]이라고 부름)로부터 의뢰받은 첫 번째 번역 회사를 1차 벤더라고 말합니다. 2차 벤더는 이렇게 수주한 번역 물량의 일부를 1차 벤더로부터 의뢰받아서 진행하는 회사를 지칭합니다. 하청의 하청을 받는 것이고 건설 업계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되는 무한 하도급과 비슷한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지요.
잡설이 길었네요.
1차 번역 회사의 직원이라면 캣툴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주로 쓰는 캣툴이 이미 정해져 있을 것이고, 그 툴을 활용해서 업무를 진행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RWS Korea는 본인들의 번역 업무를 진행할 때 자사에서 판매 중인 Trados Studio를 사용해서 일합니다. 조금만 생각해 봐도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현대자동차 대표이사가 삼성 QM7 타고 다니는 꼴이 될 테니까요.
따라서 1차 벤더의 직원은 그냥 정해져 있는 캣툴로 업무를 진행합니다.
그럼 2차 벤더의 직원은?
이것도 상당히 쉽습니다. 그냥 1차 벤더에서 정해준 툴을 쓰면 됩니다. 대부분의 2차 벤더는 자신들이 직접 수주하는 작업도 있지만 1차 벤더를 통해서 수주하는 물량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2차 벤더 직원이라면 여러 가지 툴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고, 번역가에게 그에 맞는 가이드를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번역가 입장<<
번역가 입장도 2차 벤더 직원과 비슷합니다. 자기가 거래하고자 하는 업체에서 사용하는 툴을 사용해야 합니다. 혹시 거래처 중에 툴을 사용하지 않는 업체(아직 생각보다 많음)가 더 많다면, 자신이 사용하기 편한 툴을 한 가지 정하고, 그 툴을 기본으로 삼아서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번역 메모리를 어느 툴에서 작업하더라도 호환이 가능하니 가장 쓰기 편한 툴을 찾으십시오.
PS. 문학 번역만 하시는 분은 캣툴 사용을 추천해 드리지 않습니다. 용어 및 문장의 일관성, 스타일의 일관성이 아주 필요한 작업에만 유용하니 참고해 주십시오.
TM(Translation Memory)
캣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내가 번역한 내용을 [소스 언어 + 타깃 언어] 형태의 쌍으로 만들어 저장하는 공간이라고 이해하시면 맞을 것 같습니다. TM을 사용하면 기존에 번역했던 문장(또는 문단)을 특정한 공간에 저장해 두고 필요할 때마다 불러내어 활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번역 이후에도 추가 업데이트가 자주 발생하는 게임 현지화의 경우 이미 번역해 놓은 내용을 참고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용어 및 문장 스타일을 유지하기 쉬워집니다.
TB(Termbase)
Termbase, TB, Glossaries, 용어집은 모두 같은 의미입니다. 번역 시 중요도가 높은 용어(캐릭터 이름, UI, 아이템 이름, 스킬 이름, 맵 이름 등) 또는 자주 반복되는 용어를 정리하여 저장하는 공간입니다. 용어를 정리해 두면 동일한 용어가 반복될 때 비슷한 의미의 다른 단어를 사용하는 문제를 방지할 수 있으며 전체적인 용어 일관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TB에 저장한 용어는 캣툴에서 제공하는 QA 기능을 활용하여 전체적인 일관성을 검사할 수도 있습니다.
>>TB에 용어 저장할 때 주의할 점<<
가급적 명사(고유명사 포함)만 저장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어미변화가 발생하는 동사, 형용사, 관사 등을 저장해 두면 용어 QA를 할 때 이 부분이 모두 걸려서 나옵니다. 오류가 아니지만, 오류처럼 표시가 되는 거죠. 기계는 해당 단어의 어미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딱 그 단어 모습 그대로만 1대1로 비교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합니다. 용어는 반드시 어형의 변화가 발생하지 않는 내용만 넣도록 합시다.
Segment(세그먼트)
번역한 내용을 TM(Translation Memory)에 저장하는 단위입니다. 세그먼트는 문장 또는 문단 단위로 이루어집니다. 캣툴에서의 기본 설정은 문장 단위 저장입니다. 세그먼트를 문장 또는 문단 단위로 생성하는 것은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게임 현지화에서는 문단 단위로 저장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소스 언어 파일이 엑셀(Excel)로 되어 있다면 셀(Cell) 단위로 저장하는 것도 좋습니다.
Translation(번역)
번역이란 특정 언어를 자국어 또는 타국어로 옮기는 과정입니다. 단, 번역 과정에는 해당 언어의 문화적 요소를 고려하는 것이 필수는 아니며 작업자의 성향에 따라 문화 요소가 일부 반영될 수 있습니다. 번역은 현지화를 위한 기초 공사입니다. 다만, 고객이 말하는 번역은 이 범위를 넘어 현지화까지 내포하고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Localization(현지화)
특정 지역의 문화, 언어, 상업적인 요구 사항을 고려하여 그에 최적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당연히 단순한 번역 보다 현지의 상황에 맞도록 많은 부분을 고려해야 하며, 때에 따라서는 현지인의 감성을 고려한 텍스트 수정, 삭제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업계 종사자들은 이 용어를 L10N 또는 L10n으로 줄여서 사용합니다. Localization의 L과 n 사이에 10개의 글자가 있다는 데서 착안한 표기법입니다.
Internationalization(국제화, 표준화)
제품(콘텐츠)과 서비스를 국가나 지역에 구애받지 않는 표준화된 절차로 계획, 디자인, 개발하는 과정입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어떤 지역에 출시하더라도 문화적으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입니다. 어떤 문화나 환경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얘기는 그만큼 아무런 특색이 없는 제품이라는 의미도 됩니다. 하지만 표준화 없이 제품을 제작할 경우 각 지역이나 환경에 따라 예상치 못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으므로 전 세계 시장을 기준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상황이라면 이 과정을 거쳐 제품의 표준화를 이루는 것이 좋습니다. 이 과정 이후에는 현지화를 진행하여 각 지역의 색깔을 입혀줍니다. 이 용어도 I18n으로 줄여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축약 방식은 L10n과 동일합니다.다.
Globalization(세계화)
표준화를 거친 제품을 각 지역에 맞도록 현지화하는 작업까지의 과정을 말합니다. 즉, 하나의 제품(콘텐츠)이 표준화(I18n)된 이후에 현지화(L10n)되어 소비자에게까지 이르는 전체의 과정을 세계화(Globalization)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용어도 G11n으로 줄여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회에는 오늘 말씀드린 용어 외에 몇 가지 더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상 SmartLION이었습니다!